핸더리 칼럼 161 ) 질문이 언어를 만든다 - 열린 질문과 확장 발화의 기술

아이들이 같은 장면을 보아도 어떤 질문을 받느냐에 따라 말의 길이와 깊이가 달라집니다. 예·아니오로 끝나는 질문은 대화를 짧게 만들고, 열린 질문은 관찰·이유·상상까지 끌어내어 문장을 길게 만듭니다. 여기에 성인이 아이의 발화를 자연스럽게 넓혀 주는 확장 발화(모델링)를 더하면, 수용 언어가 표현 언어로 전환되는 속도가 분명히 빨라집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바로 쓰실 수 있는 열린 질문과 확장 발화의 운영법을 제시합니다.

1) 폐쇄형에서 열린형으로: 질문의 전환
같은 대상도 질문을 바꾸면 언어가 달라집니다.

• 폐쇄형: “컵이에요?”(한 단어) → 열린형: “무엇을 하고 있어 보여요?”(행동·주어·부사가 붙는 문장)

• 폐쇄형: “맞았어/틀렸어?” → 열린형: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다르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핵심은 ‘이름’을 묻기보다 상황·행동·이유를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2) 현장용 열린 질문 3종 세트

• 관찰형: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지금 무엇을 먼저 했나요?”

• 이유형: “왜 천천히 따랐을까요?”, “넘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상상·대안형: “다르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다음에는 무엇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 세 가지를 순환시키면 관찰→인과→예측의 언어 흐름이 자연히 만들어집니다.

3) 확장 발화(모델링)의 4단계 루틴
듣기 → 반영 → 확장 → 되묻기 순서로 짧게, 자주 사용해 주세요.

• 아이: “물!”

• 성인 듣기/반영: “물을 봤군요.”

• 성인 확장: “투명한 물을 컵에 조심히 담아요.”(형용사·부사·전치 표현 추가)

• 성인 되묻기: “왜 조심히 따라야 했나요?”
  평가 대신 모델로 되비추면 아이는 위축되지 않고 더 긴 문장 구조를 흡수합니다.

4) 20분 운영 예시(질문·확장 중심 버전)

• 웜업 2분: “오늘 기분은?”(감정 라벨링 한 단어 OK)

• 입력 5분: 장면 카드 2장으로 행동어 2–3개 제시(담다·따르다·조심히)

• 상호작용 9분: 관찰→이유→상상 질문을 순환하고, 매 발화 뒤에 확장 문장 한 번씩 제공

  • 막힐 때: 선택지 2개(“담아요/따라요?”) 제시 후 다시 열린 질문으로 복귀

• 정리 4분: “먼저–그다음–마지막” 한 문장 요약 + 오늘의 기억 문장 1개 말하기

5) 수준별 스캐폴딩과 금지어 대체

• 말이 적은 아동: 제스처·가리키기를 허용하고, 성인이 완전 문장으로 모델링한 뒤 5초 기다림을 지킵니다.

• 평균 수준: “왜/그래서/먼저/그다음”을 넣어 두세 어절 문장으로 확장시킵니다.

• 말이 많은 아동: “근거를 알려 줄래요?”, “다른 방법도 가능할까요?”로 논리와 대안을 끌어냅니다.

• 금지어→대체: “틀렸어” → “그 생각도 있어요. 또 다른 방법은요?” / “빨리 말해” →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 보자.”

6) 관찰 지표와 간단 기록
세션마다 ① 자발적 발화 수, ② 평균 발화 길이(단어→2–3어절), ③ 연결어 사용(그리고/먼저/그래서)을 0–3점으로 체크해 보세요. 수치가 목표가 아니라 다음 질문을 정교하게 설계하기 위한 나침반이 됩니다.

결론

열린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는 손잡이이고, 확장 발화는 그 생각을 문장으로 단단히 묶어 주는 기술입니다. 평가 중심의 대화를 질문·모델링 중심으로 전환하기만 해도 자발적 발화와 문장 길이는 빠르게 늘어납니다. 오늘 소개한 질문 3종과 확장 루틴을 20분 루틴에 녹여 꾸준히 적용해 보십시오. 정답을 맞히는 대화에서 벗어나, 관찰–이유–상상이 살아 있는 대화로 바뀌는 순간 아이의 언어는 깊어지고 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