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더리 칼럼 7 ) 작업기억력 강화 교구활동: 반복보다는 전략이다.

유아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기억해봐요”, “잊어버리면 안 돼요”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은 단순히 외우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작업 기억력(working memory)’은 단기 기억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작업 기억력은 머릿속에서 정보를 잠시 저장해두고, 동시에 그것을 조작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한 번에 3개 씩 4번 나눠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내용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물건을 나누는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작업 기억이 작동하는 모습입니다.

작업 기억은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됩니다. 읽기를 할 때 문장의 앞 내용을 기억하면서 뒷 부분을 해석하고,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의 조건을 떠올리며 계산 순서를 적용하는 것도 작업 기억의 작용입니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부족하다’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작업 기억력도 충분히 훈련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유아기에는 단순한 반복보다는 ‘전략을 통한 기억’이 중요합니다. 기억해야 할 정보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시각적으로 떠올릴지 배우는 것이 바로 전략입니다. 교구 활동은 이러한 전략적 기억을 자연스럽게 연습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순서를 기억하는 활동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카드 세 장을 순서대로 보여준 뒤, 다시 그 순서대로 배열하게 하거나 “빨강-노랑-파랑”의 순서로 블록을 쌓게 하는 활동은 정보를 순차적으로 저장하고 재구성하는 훈련이 됩니다. 이때에는 한두 개에서 시작하여 점차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이야기를 활용한 기억 전략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기억해야 할 단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자동차, 개구리”라는 단어를 기억할 때 “사과를 먹고 자동차를 타고 개구리를 만나러 갔어요”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구조 속에서 정보를 더 오래, 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셋째, 위치 기억을 활용한 활동도 추천드립니다. 장난감을 몇 개 상자에 넣은 후 뚜껑을 닫고, 어떤 위치에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를 맞추는 놀이, 혹은 숨은 그림을 찾는 활동은 시각적 작업 기억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시각 기반 기억 활동은 공간 지각력과도 연결되며, 전반적인 학습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무작정 외우게 하기’보다는, 기억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기억했니?”, “다시 말해볼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기억의 경로를 스스로 점검하도록 유도하면, 점차 자신의 기억 방식을 체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결론

작업 기억력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정보를 구조화하고 조작하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강화됩니다. 순서를 기억하는 활동, 이야기를 구성하는 연습, 시각적 위치 기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는 기억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기억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억하는지 익히는 것입니다.

Tip | 작업 기억력을 키우는 활동 3가지

1. 순서 따라 하기 게임

간단한 동작을 2~4개 말로 알려주고 순서대로 따라 하게 해보세요. 예: “손뼉 - 점프 - 한 발 들기”. 동작 기억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2. 그림 스토리 만들기

3~5장의 그림을 보여주고 아이가 순서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말해보게 하세요. 시간 흐름과 기억 전략이 함께 훈련됩니다.

3. 숫자 따라 말하기

“3-7-2”를 들려주고 아이가 순서대로 말하거나 거꾸로 말해보는 게임은 숫자 기억과 정보 조작력을 함께 자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