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더리 칼럼 12 ) 작업기억과 문제해결력, 생각의 흐름을 붙잡는 힘

문제를 푼다는 것은 단지 ‘정답’을 찾는 행위가 아니다. 문제 해결에는 상황을 이해하고, 조건을 떠올리며, 가능한 방법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판단하는 복합적인 인지 과정이 담겨 있다. 이때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능력이 바로 작업기억력(Working Memory)이다.

작업기억은 정보를 머릿속에 잠시 저장하고 동시에 조작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사과 3개와 바나나 2개를 사야 해. 그런데 사과는 먼저, 바나나는 나중에 담아야 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이 단순한 상황에도 아이는 수량, 순서, 규칙이라는 세 가지 정보를 기억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즉, 기억하는 동시에 해결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업 기억은 문제 해결력의 기반이자 출발점이다. 작업 기억이 약한 아이는 문제를 푸는 와중에도 조건을 잊어버리기 쉽고, 계획했던 방법을 지속하기 어려워 중간에 혼란을 겪기 쉽다. 반면, 작업 기억이 튼튼한 아이는 문제 상황을 머릿속에 '붙잡아두고' 분석하며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적용해본다.

핸더리 교육법에서는 이 두 능력을 함께 자극하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규칙 기억 → 조건 적용 → 결과 확인이라는 세 단계를 포함한 활동은 아이가 작업 기억을 활용하면서도 해결 전략을 구성하는 훈련이 된다. 그림 카드를 순서대로 배열한 뒤, 그 흐름을 기억하며 다음 장면을 유추하는 활동이나, 이야기 속 주인공의 선택지를 바탕으로 가능한 결말을 상상하는 활동은 모두 이 흐름에 해당한다.

또한 손, 귀, 눈을 함께 활용하는 핸더리 수업 방식은 작업기억을 더욱 강력하게 자극한다. 아이는 손으로 조작하며(HAND), 설명을 듣고(EAR), 결과를 관찰하고(EYE), 기억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다음 단계를 계획하게 된다. 이때 단순 반복이 아닌 전략적 기억 활동이 문제 해결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핸더리 수업 안에서는 실수나 실패 또한 중요한 학습 요소가 된다. 문제 해결력이 자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잘 안 되면 이유를 파악하고, 다시 방법을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작업 기억은 계속해서 활성화되며, 아이는 점점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힘을 갖게 된다.

Tip | 작업기억 + 문제해결력을 동시에 기르는 활동

1. 규칙 기억 게임
   간단한 수업 규칙(예: 빨간색은 2번만 사용하기)을 주고, 블록 활동을 해보세요. 조건을 기억하고 실행해보는 연습이 됩니다.

2. 문제 상황 시뮬레이션
   “우유가 떨어졌는데, 슈퍼가 멀어요. 어떻게 할까?”와 같은 상황을 주고 아이가 해결책을 이야기로 구성하게 해보세요.

3. 기억 + 실행 활동
   3~4단계의 간단한 동작 지시를 듣고, 기억한 순서대로 행동하게 해보세요. 예: “손뼉-점프-돌기-앉기”.

결론
작업 기억은 문제를 기억하고, 문제 해결력은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힘이다. 두 능력은 사고의 흐름을 붙잡고 이어주는 징검다리처럼 맞닿아 있다. 핸더리의 감각 통합 활동은 이 흐름을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설계해주는 구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