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더리 칼럼 121 ) <논리∙수리력 칼럼 시리즈> 수와 논리를 잇는 교구 설계의 기준 – 단계, 언어, 정답을 넘어서
좋은 교구란 무엇일까?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 반복해서 찾는 것, 손이 가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논리∙수리력 교구의 진정한 기준은 ‘생각이 열리는가’, ‘스스로 말하게 되는가’, ‘한 가지 답을 넘어서 사고가 확장되는가’에 있다. 수와 논리는 유아기 인지 발달의 두 축이며, 그 연결 고리를 만드는 교구에는 분명한 설계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발달 단계에 맞는 추론의 구조가 내재되어야 한다.수 개념의 초기 단계인 3~5세 아이는 정답보다 ‘차이’, ‘비교’, ‘순서’, ‘더 많음’과 같은 기초 인식 범주를 반복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 시기 교구는 수를 계산하게 하기보다, 수의 관계를 경험하고 말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하며, 활동 또한 정해진 순서 없이도 탐색과 관찰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예를 들어, 단순한 수막대 교구도 길이, 색깔, 개수의 차이를 이용해 분류하고, 조합하고, 규칙을 발견하는 다중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 ‘몇 개냐’보다 ‘왜 그렇게 나눴냐’를 물을 수 있는 설계가 핵심이다. 둘째, 언어를 이끌어내는 구조가 포함되어야 한다.수 개념과 논리력은 아이가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면화된다. 따라서 교구는 손으로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언어로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가져야 한다. 이는 구성 요소의 명확성, 비교 가능한 조건의 분리, 이야기 상황의 적용 가능성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교구를 사용한 후 “이건 왜 여기 뒀어?”, “이건 왜 먼저 골랐니?”라고 질문했을 때 아이가 자기 기준과 논리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교구는 언어-수리-논리의 삼중 구조를 잘 품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답이 아닌 탐색의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정답이 하나뿐인 교구는 아이의 시도를 제한하고, 사고의 다양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반면, 여러 가지 기준과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구는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고, 추론의 깊이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패턴 블록으로 규칙을 만들 수도 있고, 분류 기준을 바꾸어 재배열할 수도 있는 구성은 아이에게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창의적 시도를 동시에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주기보다 아이가 문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수∙논리 교구는 ‘문제를 푸는 교구’가 아니라, 문제를 구성하고 바꾸어보는 놀이의 틀이어야 한다. 아이가 “이건 어떻게 하면 더 많아질까?”, “여기선 어떤 규칙이 어울릴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교구는 생각의 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핸더리는 교구를 아이의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 교구가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선택과 이유 있는 조합을 이끌어내는 구조. 그것이 논리∙수리 교구의 본질이다.수는 셈의 언어지만, 생각은 수를 넘어서 자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좋은 교구의 틀 안에서 깊어질 수 있다.
핸더리 팀2025.07.17